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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어린 시절부터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 요정을 찾아왔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현상들이 존재한다. 케이크 한 조각이 주는 행복의 에너지, 고양이의 끌리는 매력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현상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를 요정이라는 존재로 이끌었다. 어쩌면 요정은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 속에서 미묘하게 그들의 흔적을 남기며, 나를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찾고자 하는 요정은 흔히 떠올리는 날개 달린 작은 인물이 아니다. 그들은 일상의 풍경 속에 숨어 있으며, 크기와 형태는 무한히 다양하다. 방을 가득 채울 만큼 큰 요정부터 손톱보다 작은 요정까지, 그들은 각자 고유한 임무와 역할을 맡고 있다. 꿈속에서, 과자 봉지 속에서, 고양이 털 사이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는 요정들. 그들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도 곁에서 속삭인다. “네 옆에 항상 내가 있어.” 나는 이런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남긴 흔적을 발견하고, 그들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통해 삶과 그들 간의 연결성을 탐구한다.
요정은 단순한 상상 속 존재로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삶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렬히 작용하는 내적이고 본질적인 감정, 그리고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순간들을 상징한다. 나는 요정을 통해 질서와 혼돈, 익숙함과 낯섦이 뒤섞이는 인간 경험의 복합적인 층위를 탐구한다. 니체는 이성과 본능, 질서와 혼돈의 충돌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요정은 바로 그 경계에 존재하며,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 속 균열을 통해 우리를 더 넓은 감각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요정은 프로이트가 말한 ‘괴기함(Unheimlich)’ 개념과도 닿아 있다. 그들은 익숙한 풍경 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낯섦으로 우리의 무의식을 자극하고 감춰진 감정을 드러낸다. 요정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환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이면에 숨어 있는 심리적,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신비를 시각적으로 풀어내어 관객이 신비와 긴장을 동시에 느끼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현대 사회는 너무도 빠르게 움직이며, 사람들은 타인을 평가하거나 부정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존재의 부정이 일상화된 이 시대 속에서 우리는 타인뿐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마저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그런 순간마다 나는 내면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요정을 떠올린다. 그들은 아무 조건도 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넌 충분히 괜찮은 존재야”라고 속삭인다. 이 요정은 나에게 삶을 지속할 용기를 주는 힘이자, 작업을 이어나가는 원천이다. 요정은 단순히 나의 상상 속 친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잊힌 감정과 연결된 본질적인 존재다.
나의 작업은 단순히 환상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는 요정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신비로움을 상기시키고, 우리 삶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가져다주는 행복과 가능성을 탐구한다. 요정은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것들이 실재하며, 그것이 삶의 새로운 층위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빛과 그림자, 흔적과 소리 같은 시각적 요소를 활용해 요정의 존재를 상상하도록 유도하며, 관객이 각자 자신만의 요정을 발견하고 내면의 신비와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고자 한다. 요정은 우리 삶의 틈새에서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제, 그 손을 잡고 그들이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디딜 차례다.
경력
전시단체전 우리 이웃의 미술 (대안공간 모호주택)
2021.12.14.~2021.12.19.
전시단체전 럭키드로우 아트페어 (꼴라보하우스 도산)
2021~2023
기타대구광역시 북구 공공미술 프로젝트 참여작가
2020.11.11.~2020.11.29.
전시개인전 작가 발굴 프로젝트 스핀오프 (대구예술발전소)
2020.02.07.~2020.02.20.
전시개인전 안녕 난 요정 (예술공간 봄)
2019.10.04.~2019.12.29.
전시단체전 EDITABLE:첨삭가능한 (수창청춘맨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