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을 꿈꾸다

   나에게 있어 하나의 그림은 그게 이루어지는 기간 만큼의 삶이다. 

나는 그림을 배워가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말한다. 

그 사이에 내 마음에 투영된 느낌을 그림으로 옮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

어차피 언젠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인간이, 

어차피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 우주의 한 구석에서 

진실이니 삶이니 하며 담아낸 그림이라 생각하면, 

하늘이나 땅이나 산이나 강이나 사람이나 다 예사롭지가 않다.

   나는 인간의 욕망이 항상하지도 않고 다만 허망할 뿐이니 그에 휘둘리지 말라는 가르침을 믿는다. 

모든 사람들이 예토(穢土)의 이런 저런 부박한 허세에 홀리지 말고 

조촐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인위적이거나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 현실 밖의 이상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우리들의 일상은 그다지 위대하지도 않으면서 늘 거기에 얽매여 산다. 

그러면서도 구구한 사유로 그런 것들을 쉽게 떨쳐버리지도 못한다. 

나는 그러한 내용을 오롯이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삶의 과정 중에서 조금씩 깨우쳐 그림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상들은 다 허상이라 생각하고, 

기실 이러한 것들이 다 환영이라면 

일상에서 가리는 시비곡직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이런 것들마저 관통하는 법을 보고 싶다. 

                                                                                                                                               이천일년   오월 

                                                                                                                                                            작가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