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전시] 잼잼_유승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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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701회 작성일 21-01-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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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잼

유승호展 / YOOSEUNGHO / 劉承鎬 / drawing 2021_0115 ▶ 2021_0202 / 일,월요일 휴관

유승호_취권_종이에 잉크, 아크릴채색_41×29.7cm_20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91114a | 유승호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아터테인ARTERTAIN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63-4(연희동 717-14번지)Tel. +82.(0)2.6160.8445www.artertain.com

생애 처음 힘을 주었던 손에 관한 소고 ● 언어는, 인류가 같은 사고체계를 통해, 문명화 되고, 문화가 형성될 수 있게 했던 매우 중요한 기호체계로서, 대개 소리와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이러한 기호체계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역시 언어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 중, 글자는 우리가 사고 하는 것들을 전달하고자 하는 소리와 의미를 상징하는 지극히 추상적이면서 규칙적인 기호체계다.

유승호_잼 잼_종이에 잉크_29.7×21cm_2020

글자는 또한, 음을 상징하든, 모양으로 의미를 상징하든, 그 의미를 담는 요소들로 구성되고 배치되면서 단어를 이루고, 그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어 사고를 전달하고 소통하게 된다. 물론, 글자만으로 복잡한 사고의 흐름과 감정들을 명확하게 다 전달하는데 한계는 있다. 글자는 가장 기본적인 상징체계로 정해진 규칙에서만 소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글자들이 그 규칙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의사소통이라고 하는 언어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즉, 단지 그 어떤 상징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기호가 될 뿐이다.

유승호_잼 잼_종이에 잉크_21×29.7cm_2020

유승호작가는, 이러한 글자를 구성하는 요소들 또는, 단어들을 재배열함으로 글자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전환시킨다. 이는 글자의 의미와 그 글자들로 구성된 이미지가 드러내는 또 다른 의미가 중첩되면서 다중의 의미로 확장되는 작업으로서, 말 그대로 글자와 그림이 동시에 존재하는 다층의 의미를 동시에 지닐 수 있는 작업이다. 무엇으로부터 감상을 시작하든, 즉 글자의 의미로부터든 혹은 글자가 전체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로부터든 그 둘의 의미가 겹치게 되는 순간, 그 둘은 서로를 옹호하거나 상충하면서 우리의 사고를 전혀 새로운 지점으로 이끌게 된다.

유승호_잼 잼_종이에 잉크_21×29.7cm_2020
유승호_잼 잼_종이에 잉크_21×29.7cm_2020

과연, 작가의 단어와 글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면, 거기엔 서사가 없다. 누구나 다 알만한 의성어, 의태어 혹은 쉬운 단어들의 나열이며 구성이다. 작가는, 학문적 사실들을 어려운 단어로 설명하면서 오히려 더 이해력이 떨어지게 되고, 한편으로는 지적 허영과 가식적으로 그 어려운 단어들이 사용되는 것보다는 내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단어나 글자들을 선택함으로써 가장 담백하고 진솔한 의미들로부터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심각한 이미지 이면의 위트. 어쩌면 작가가 동시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인식과 행위의 방식인 듯 하다.

유승호_잼 잼_종이에 잉크_29.7×21cm_2020

전시 제목, '잼잼'은 우리가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최초의 근육운동이었을 것이다. 고개도 못 가누고 다리도 못 움직일 때, 손은 주먹을 쥐거나 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 전 손 근육을 풀고 싶을 때 역시, '잼잼'하게 된다. 또한, 은어지만, '잼'은 '재미'의 줄임말로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잼잼'은, 생애 최초의 근육운동이었으며, 지금은 긴장을 풀거나 새롭게 무엇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무의식적으로 하는 운동이면서, 또한, 재미있는 무엇이 만들어 질 수 있길 기원하는 심리적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유승호_잼 잼_종이에 잉크_21×29.7cm_2020

작가가 지금까지 작업해 오고 있는, 글자 산수는 위트 있는 글자들로 전통적인 산수화를 재현한 작업이다. 물론, 그가 재현한 산수화는 후학들이 필사를 하면서 자신의 화력을 수행해 온 역사적으로나 미술사적으로나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다. 일반적으로 산수는, 진경산수가 발현되기 이전까지는, 가장 이상적인 산수를 통해 시대의 여러 사상들을 담고 있다. 따라서 산수는 즐기거나 그릴 수 있는 계층이 나뉘어져 있었다. 즉, 일종의 계급사회의 상징이기도 했다는 것. 작가는 이러한 산수의 권위와 심각함을 글자로, 그 특유의 위트로 전혀 다른 상상력의 포문을 열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유승호_잼 잼_종이에 잉크_21×29.7cm_2020
유승호_잼 잼_종이에 잉크_21×29.7cm_2020

그에 비해, 이번 전시 '잼잼'에서는 보다 더 가볍고, 편안하게 직접적인 단어 이미지와 글자그림을 선보인다. 말 그대로, 매일 잼잼하면서 그린 작업들이다. 작가의 일상에서 소소하게 겪으면서 느꼈던 감정들. 어느 순간 떠오르는 어릴 적 기억들. 그 기억들이 엮어낸 단어와 글자들. 무의식적으로 적어 놓은 낙서들과 그 낙서들이 떠오르게 된 이유에 대해 오히려 작가 스스로가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경우로서의 글자들. 우리의 의식세계를 명확하게 다 적을 수는 없겠지만, 그 의식세계와 이어지는 글자들이 이미지로 확장됨으로 인해, 분명 단순히 일차원적인 글자의 의미 전달과 소통을 넘어 우리의 의식세계까지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 임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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